자유 의지는 도덕적 책임과 정의의 실질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 사회의 칭찬과 비난, 처벌과 용서는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이유에 응답하는 주체에게만 정당하다.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규범 언어는 관리 용어로 추락하고, 죄와 책임, 용서와 참회 같은 핵심 개념이 공허해진다. 자유 의지는 실수와 선택, 우연한 결과와 의도된 행위를 구분하게 해 주며 법과 일상 윤리의 정합성을 지켜 준다. 한국은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을 존중하며, 그 존중은 자율적 선택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자유 의지는 실천적 이성과 토론 자체의 전제를 이룬다.
숙고란 여러 이유를 저울질해 더 나은 근거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행위이고, 이는 대안 가능성의 실질을 함축한다. 만약 우리의 결론이 필연적 산출물이라면 설득과 반성의 행위 자체가 수행 모순에 빠진다. 결정론을 옹호하는 시도조차 듣는 이가 이유에 의해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적으로 전제한다. 따라서 자유 의지는 부정의 논증을 포함한 모든 이성적 담론의 바닥을 지탱한다.
자유 의지는 자기형성과 창의적 도약을 설명한다.
우리는 1차적 욕구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어떤 욕구를 따를지 성찰해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2차적 의지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능력은 성격 수양과 가치의 재구성, 습관의 교정처럼 시간에 걸친 자기 변화를 가능케 한다. 또한 규칙의 틈에서 무작위가 아니라 의미 있는 새로움을 낳는 창의의 순간을 설명한다. 한국 사회가 중시하는 자기결정권과 ‘수양’의 윤리는 바로 이런 자기지배 능력에서 힘을 얻는다.
경험적 연구는 자유 의지를 부정하기보다 책임적 주체성을 지지하는 방향을 시사한다.
신경과학은 의식 이전의 준비 신호를 보여 주지만, 의식적 ‘거부권’과 과업·맥락에 따른 유연성도 확인되어 자유 의지를 전면 부정하지 않는다. 심리학 실험들은 자유 의지 신념이 약화되면 부정행위·공격성 등 비윤리적 경향이 늘고, 주체성의 강조는 자기통제와 친사회성을 강화할 수 있음을 보고해 왔다. 정책과 치료가 사람을 ‘책임 능력이 있는 행위자’로 대우할 때 재범률과 생활 개선이 촉진된다는 현장적 통찰도 축적되고 있다. 즉, 자유 의지는 설명의 층위에서뿐 아니라 실천의 성과 면에서도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