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를 당기는 것은 피할 수 있는 총 피해를 최소화하는, 책임 있는 선택이다.
부작위도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직시하면, '아무것도 안 하기'는 선택의 회피가 아니라 더 큰 피해를 방치하는 결정이다. 위기 상황에서 도덕은 손을 깨끗이 두는 것보다 피해를 줄이는 것을 우선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생명을 더 많이 구할 수 있다면,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행위자성이다. 이 선택은 냉혹함이 아니라 책임감의 표현이다.
각 생명을 동등하게 존중한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선택이 공정하다.
베일 뒤에서 규칙을 고른다고 가정해보면, 누구도 '한 명을 위해 여러 명을 포기하는 규칙'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다. 계약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네댓 명의 당사자들은 '당신이 손대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우리가 죽었다'는 이유를 정당화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레버를 당기는 판단은 누구의 생명도 덜 소중하다고 취급하지 않고, 각 생명을 동등하게 세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살린다. 이는 차별이 아니라 공정성의 구현이다.
경험적 연구는 다수 구제를 선호하는 직관이 문화권을 넘어 광범위하게 공유됨을 보여준다.
MIT의 Moral Machine 프로젝트는 전 세계 233개 지역에서 수천만 건의 선택 데이터를 수집해, 유사한 딜레마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하라'는 경향이 널리 나타남을 보고했다. 물론 실제 삶은 더 복잡하지만, 이러한 경험적 패턴은 레버를 당기는 선택이 인간의 보편적 도덕 직관과 크게 어긋나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권에서도 다수 구제 선호가 확인되었다는 점은 공적 규범 정립에 참고가 된다. 즉, 이 선택은 고립된 철학자의 취향이 아니라, 집단적 숙고가 향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레버 선택은 위기 윤리에 적용 가능한 명확한 작동 규칙을 제공하면서, 오남용을 막는 도덕적 경계도 함께 세운다.
이중효과 원칙에 비추면, 레버를 당기는 것은 한 사람을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더 큰 피해를 피하려는 의도가 본질이며, 발생하는 피해는 예견되지만 의도되지 않는다. 그래서 스위치 사례의 정당화는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는' 발판 사례의 위험한 일반화와 구분된다. 소방·재난·의료 트리아지에서도 '최소 피해' 규칙은 실무를 이끄는 현실적 기준이다. 레버의 원리는 바로 이러한 공공의 위기 관리와 윤리적 일관성을 이루는 최소한의 규범이다.